조회 5,831회 댓글 0건

머니맨
2024-02-22 11:25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2] 마음 아릿한 인연 '예천 삼일따로국밥' feat. BMW X5
따로국밥은 큰 솥에 소뼈를 고은 육수에 고추가루, 파, 마늘, 무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인 다음 뚝배기에 국 따로 밥 따로 내는 경북의 향토음식이다.
춘삼월이 코앞이라 코끝이 간질간질하다. 몸을 움직여 뭐라도 부딪혀 만나고 깨어 나고 싶은 계절이다. 개구리 마냥 겨울 잠에서 일어나 동네를 산보하고 나뭇가지 끝에서 만져지는 봄의 촉감을 느껴 본다. 봄이면, 김시천 시인의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는 시구처럼 마음이 아릿한 인연들이 떠오른다.
첫사랑이거나, 먼저 떠난 가족이거나, 소식이 끊긴 친구이거나.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 생각나 가슴이 미어지는 날, 이해인 시인의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봄 인사 드립니다’로 닿지 않을 안부를 묻는다.
‘고향’은 나에게 그런 ‘사람’이다. 봄꽃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 너른 들판, 산으로 난 길, 큰 회나무 세 그루가 마을 중앙 동산에 있고, 낙동강 금모래 밭이 비봉산을 따라 길게 누워 있던 마을. 예천. 감각적으로 봄이다 싶으면 예천이 생각난다. 첫 국밥은 고향 근처가 좋겠다고 마음먹었다.
경북 예천으로 들어 가는 길, 반딧불이의 고장 예천은 봄이 되면 안부가 궁금한 영혼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뜨거운 희망은 항상 태어난 자리 혹은 초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로 시작하는 시 ‘너에게 묻는다’로 유명한 예천 출신 시인 안도현도 고향으로 돌아와 생가 옆에 집을 짓고 계간지 ‘예천산천’을 창간했다.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예천은 비록 작은 고을이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막무가내의 개발에서 소외돼 온 곳”이라며 개발 덜 된 고향을 자랑했다. 그가 스무 살에 쓴 시 ‘낙동강’은 유년의 나를 키워준 젖줄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백산맥 자락에 자리잡아 안동, 영주, 문경, 의성과 연해 있으면서 내성천과 낙동강이 감싸 돌아 나가는 반딧불이의 고장 예천은 봄이 되면 안부가 궁금한 영혼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그 안식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국밥은 봄과 함께 맞춤한 위로를 줄 것이다.
예천은 순대국밥으로 유명하다. 용궁면에 위치한 용궁단골식당과 박달식당이 대표적이다. 예천 읍내로 가면 현대국밥이 돼지국밥으로 유명하고, 삼일따로국밥이 선지국밥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예천 읍내 ‘맛고을 문화의 거리’에 있는 삼일따로국밥을 대망의 첫 국밥집으로 선택했다.
옛 추억의 벽화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듯 펼쳐져 있고, 대형 양은 솥이 연탄불 위에 올려져 있다.
따로국밥은 큰 솥에 소뼈를 고은 육수에 고추가루, 파, 마늘, 무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인 다음 뚝배기에 국 따로 밥 따로 내는 경북의 향토음식이다. 육개장, 장터국밥과 비슷한데 내륙지방에서 주로 먹던 음식이다. 잔칫날도, 장례를 치를 때도 고향마을에서는 마당 한 귀퉁이에 큰 솥단지를 걸고 구수한 따로국밥을 끓여 손님을 치르곤 했다.
국물에 닭고기를 넣으면 닭개장이 되고,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넣으면 육개장이 된다. 고기를 넣지 않아도 토란이나 대파, 고사리를 듬뿍 넣어 국 본연의 맛을 내기도 한다.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없었던 산골 살림을 지탱하기 위해 지혜를 짜낸 음식이기도 하다. 뭇국, 시래기국, 김칫국도 산골에서 나는 재료의 한계를 바탕으로 어릴 적 자주 먹었던 음식이다. 그 특별할 것 없는 따로국밥을 첫 국밥여행의 한끼로 택한 것도 기억 너머 추억의 아는 맛 때문이리라.
중앙고속도로 예천 나들목을 돌아 나가자마자 곤충의 고장 예천은 이제는 나그네 된 고향 사람을 묵묵히 맞는다. 삼일따로국밥이 있는 예천 읍내도 묵묵하다. 조용한 시골 읍내가 정겹기만하다. 식당은 참 보잘 것 없다. 1981년부터 시작한 따로국밥 전문이라는 것을 문 밖에서 알 수 있다. 옛 추억의 벽화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듯 펼쳐져 있고, 대형 양은 솥이 연탄불 위에 올려져 있다.
차례를 기다리는데 남자 주인이 부엌에서 밖으로 난 창문을 열고 솥에서 푹 끓인 국물을 뚝배기에 담는다. 오밀조밀 아무렇게나 식탁이 늘어져 있고 차림표가 따로 없다. 큼직한 선지 덩어리가 숭덩 썰어 넣은 무와 어우러진 순수한 붉은 색의 국이 탐스럽다.
밥 따로 국 따로. 삼일따로국밥은 함께 나오는 반찬을 무시할 수 없다. 고등어 구이, 호박전, 오이 무침이 경상도 북부지방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무짠지, 감자 조림, 양상추 샐러드가 구색을 거든다. 푹 끓인 국은 이웃집 잔칫날 마당 귀퉁이에서 아지매가 떠 주던 국과 꼭 닮았다. 구수하면서도 중간을 지키는 간이 입안에서 고향을 느끼게 해 준다. 밥 한 술, 국 두 숟가락을 뜬다.
천천히 국 속을 들여다보면 선지, 무, 콩나물, 대파가 도드라지지 않고 연대하여 전통의 맛을 풍긴다. 이게 무슨 맛일까? 표현이 어려울 즈음 공기밥 절반을 넣고 말아먹으면, 어릴 때 먹던 국밥 맛을 상기시킨다. 한 가지 차이라면 이 집은 고사리가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고사리의 씹히는 맛을 뺀 건 국물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비법일까, 원가의 문제일까, 고민하다 생각을 접었다. 맛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일 따로국밥은 큼직한 선지 덩어리를 숭덩 썰어 넣은 무와 어우러진 순수한 붉은 색이 탐스럽다.
예천에서 만난 고향 국밥은 처음부터 국밥의 본연에 충실했다. 구수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데 세월이 녹아 든 맛은 2024년의 희망을 길어 올리는 시작 같았다. 우리네 인생을 너그러운 산책처럼 만들어 주는 국밥. 차를 몰고 내성천 신작로에 다다를 때까지 따로국밥의 구수한 맛이 식객을 배웅했다.
글과 사진 양승덕
오토헤럴드/[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2025년 7월 국산차 판매조건/출고대기 정리
[0] 2025-07-01 15:45 -
르노코리아, 5월 판매 9,860대…전년 대비 47.6% 증가
[0] 2025-06-02 17:25 -
현대차, 5월 글로벌 판매 35만 1,174대…전년 대비 1.7% 감소
[0] 2025-06-02 17:25 -
KGM, 5월 9,100대 판매, 전년 동월 대비 11.9% 증가
[0] 2025-06-02 17:25 -
포르쉐코리아, 예술 스타트업 지원 확대…지속가능 창작 환경 조성
[0] 2025-06-02 14:25 -
현대차·기아, 'EV 트렌드 코리아 2025'서 전동화 미래 선도 의지 강조
[0] 2025-06-02 14:25 -
아우디 Q5 45 TFSI 콰트로 등 4차종 '실린더 헤드 볼트' 2371대 리콜
[0] 2025-06-02 14:25 -
[EV 트렌드] '모델 3 대안 아이오닉 6, 테슬라 대신 현대차 · 기아 주목할 때'
[0] 2025-06-02 14:25 -
[칼럼] 신차 증후군 유발하는 '플라스틱' 대체 소재로 부상하는 TPE
[0] 2025-06-02 14:25 -
[시승기] '버텨줘서 고맙다 8기통' 메르세데스-AMG GT 55 4MATIC+
[0] 2025-06-02 14:2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아롱 테크] 전기차 그 이상, 수소를 휘발유처럼 쓰는 엔진 개발 경쟁 한창
-
400만원이나 내렸다, 르노코리아 반전의 무기 'XM3 E-TECH for all'출시
-
현대차 '아이오닉 5' 경쟁차 40대 물리치고 싱가포르 올해의 자동차 수상
-
작년 친환경차 40만대 돌파 '전기차 줄고 하이브리드카 급증'...그랜저 1위
-
[칼럼] '연두색 번호판' 고가 수입차 보릿고개...8000만원 기준 효과는 미지수
-
르노코리아, 내년 프로모션 오늘부터...10만원대 할부에 잔가보장플러스까지
-
현대차 코나 美 IIHS 충돌테스트 도중 화재, 배터리 케이블 손상 리콜
-
혼다, 2040년 목표를 위해 전기차 전략 가속화한다
-
중국 12월 신에너지차 판매 22% 증가
-
포드, 당장에는 배터리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더 투자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유럽 진출 원년 2023 TCR 이탈리아 톱10 달성
-
차량용 첨단 반도체 '일본이 뭉쳤다' 도요타 등 12개 기업 연구소 설립
-
[시승기] '7600만 원 슈퍼카' N 라인업 최고의 합리적 선택… 아이오닉 5 N
-
포르쉐와 테슬라 버무린 듯, 샤오미 울트라 슈퍼 전기차 SU7 공식 이미지 첫 공개
-
현대모비스, 선루프 에어백과 멀티 챔버 등 세상에 없던 기술로 성장 할 것
-
도요타, 폭스바겐 제치고 신차 판매 4년 연속 1위 전망 '북미 · 유럽 시장 호조'
-
피로 물든 테슬라 오스틴 공장, 로봇이 집게발로 현장 직원 마구 찌르며 공격
-
희망과 불안이 교차한 2023년 국내 자동차 산업 10대 이슈
-
현대모비스, 올해 안전부품 분야에서 총 10개 대외수상 및 우수기술 선정
-
현대차·기아, 미래 모빌리티 R&D 역량 결집 위한 조직 개편 추진
- [유머] 비 방송인이 방송을 못 끊는 이유
- [유머] 은근슬젖
- [유머] 아들 입대한 부모님이 올린 사진
- [유머] 미국에서 현지화된 김치
- [유머] 네 동료? 아아, 이것들을 말하는 건가?
- [유머] 가진건 몸뚱아리 뿐
- [유머] (혐) 자다가 사자한테 공격받은 개
- [뉴스] 더위 식히려 들고 다녔는데... '35도 이상에 선풍기 쓰면 큰일 나'
- [뉴스] 서울 광진구 공원서 미성년자 성폭행한 20대 남성... CCTV에 포착돼 '덜미'
- [뉴스] 방민아와 결혼 앞둔 온주완, '800만원 양다리 입막음설' 배우 아니었다
- [뉴스] '아내가 집에서 케어를 못 해서'... 정철원 홈경기 부진에 '아내 탓' 망언한 이순철 해설위원
- [뉴스] 대전서 '전 여친' 살해한 20대 남성, 도주 24시간만에 '검거'
- [뉴스] 손담비, 100일 딸에 조기교육... 450만원짜리 '프리미엄 영어 교육 프로그램' 샀다
- [뉴스] 얼떨결에 '블핑 리사♥프랑스 재벌 2세 열애' 대신 인정(?)해 버린 대배우 양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