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352회 댓글 0건

머니맨
2025-01-16 14:25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11] '18시간의 정성과 토렴의 온기' 고바우 설렁탕
양평군 광탄면에 위치한 고바우설렁탕. 옛스런 모습에서 구수함이 묻어나는 시골 설렁탕집이다. (사진=양승덕)
[양승덕 국밥 기행]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희망과 새로운 기대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돌덩어리 하나가 명치 끝에 눌러앉은 기분이다. 그 밤에 벌어진 일들이 생경한 비현실 같은데 빠져나올 길이 아직 멀다. 마침 한파까지 겹쳐 두껍게 입은 옷을 여미는 새해이다. 겨울은 ‘국밥감각’을 깨우는 시간이다. 어수선한 정국을 뒤로하고 선선히 국밥 한 그릇 먹을 요량으로 길을 떠난다.
양평군 용문면 광탄리에 위치한 고바우설렁탕은 새해 국밥여행의 시작을 하기에 알맞다. 1991년도에 문을 열었으니 30년이 넘었다. 지역 주민에 의하면 고바우설렁탕은 이곳에 자리잡기 전에 양평군 지평면 지평시장에서 작게 시작했다고 하니 그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이곳은 용문산 관광지 인근에 위치해 있고 강원도를 오가는 6번 국도와 인접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으면서 입소문이 났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 풍년을 기원했던 설렁탕
고바우설렁탕은 18시간 정성을 들여 고아내고 토렴으로 온기가 가득한 밥을 말아 나온다. (사진=양승덕)
설렁탕의 역사는 조선시대 혹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간다. 농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고 난 후 임금이 제사에 쓰였던 소를 잡아 맹물에 끓여서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고려를 침입한 몽골 군사들이 전쟁 중에 대량으로 끓여 먹던 탕이 고려 백성들에게 정착했다는 유래도 있다. 유래를 떠나 설렁탕은 식량이 부족했던 옛날 옛적부터 쉽게 떠올리고 시도했을 법한 음식이다.
짐승의 뼈와 다양한 부속 고기 부위를 넣고 푹 고아 국물을 내고 밥을 말아먹는 방식은 영양과 끼니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설렁탕과 곰탕을 잘못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설렁탕과 곰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지만 설렁탕은 뼈와 부속 고기를 넣어 국물을 내는 것이고 곰탕은 고기로만 육수를 내는 음식이다.
설렁탕이 뽀얀 흰색 국물이라면 곰탕은 약간은 투명하고 맑은 국물을 지녔다. 말그대로 눈같이 하얗고 진한 국물이라는 설렁탕은 치킨 가게나 자장면 가게만큼 많다고 한다.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며 몸을 보양하는 일석이조의 음식으로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생국밥이라 할 수 있다.
18시간의 정성과 토렴으로 가득한 온기
창업주의 딸 2대째 주인장(이주희)은 설렁탕만을 고집한다. 고바우설렁탕은 분점이 없다. (사진=양승덕)
고바우설렁탕은 한옥 형태의 내부 시설을 갖춰 한국 전통 음식을 먹는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뚝배기에 담긴 뽀얀 국물은 보기에도 담백하다. 국물을 우려낸 뼈와 고기의 느끼함이 없고, 국물 표면의 기름기도 없다. 토렴을 해서 밥이 말아져 나오고 국수가 들어 있다. 그 위에 소의 머리고기와 양지고기가 섞여 있다.
함께 나오는 김치와 깍두기는 어느 정도 익은 상태인데 꼭 밥 위에 얹어 먹어봐야 한다. 얇게 썬 대파와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고 휘휘 저어 먹다 보면 뱃속에서부터 뿌듯함이 올라온다. 110년이 넘었다는 종로의 설렁탕 집보다 그 맛이 뒤지지 않는다. 종로의 설렁탕은 내용물이 조금 거칠다는 느낌이 있는데 고바우설렁탕은 쫄깃한 머리고기 조금과 부드러운 양지고기만 넣는다. 고기를 씹을 때의 거부감이 다른 식당보다 적다.
아침 7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근처에서 1박을 한 사람들이 해장으로 찾기도 한다. 국수와 밥은 추가로 먹을 수 있고 오후 서너 시면 문을 닫는다. 18시간의 정성으로 국물을 내고 주말에는 대기를 감수해야 먹을 수 있다. 고바우설렁탕은 설렁탕만 고집한다. 분점도 따로 없다. 포장을 해서 집에서도 먹을 수 있다. 수요일은 문을 닫는다.
서민의 애환을 보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국밥
고바우설렁탕은 양평군이 지정한 몇 안되는 장수음식점이다. (사진=양승덕)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도 설렁탕이 등장한다. 인력거를 끄는 주인공 김첨지는 평소보다 벌이가 좋았던 그날, 아픈 아내를 위해 설렁탕을 사서 집으로 향한다. 김첨지가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운수 좋던 날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김첨지와 아내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설렁탕이었다.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음식이면서도 가족을 향한 사랑을 보여주는 설렁탕은 소설에서는 일상 속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음식이다. 일이 잘 풀릴 때에도, 꼬인 일들이 풀리지 않을 때에도 옆 사람과 설렁탕 한 그릇 마주앉아 나눌 때 일상은 운수 좋은 날로 바뀔 것이다. 그래서 설렁탕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국밥이다.
양승덕 기고/[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르노코리아, 5월 판매 9,860대…전년 대비 47.6% 증가
[0] 2025-06-02 17:25 -
현대차, 5월 글로벌 판매 35만 1,174대…전년 대비 1.7% 감소
[0] 2025-06-02 17:25 -
KGM, 5월 9,100대 판매, 전년 동월 대비 11.9% 증가
[0] 2025-06-02 17:25 -
포르쉐코리아, 예술 스타트업 지원 확대…지속가능 창작 환경 조성
[0] 2025-06-02 14:25 -
현대차·기아, 'EV 트렌드 코리아 2025'서 전동화 미래 선도 의지 강조
[0] 2025-06-02 14:25 -
아우디 Q5 45 TFSI 콰트로 등 4차종 '실린더 헤드 볼트' 2371대 리콜
[0] 2025-06-02 14:25 -
[EV 트렌드] '모델 3 대안 아이오닉 6, 테슬라 대신 현대차 · 기아 주목할 때'
[0] 2025-06-02 14:25 -
[칼럼] 신차 증후군 유발하는 '플라스틱' 대체 소재로 부상하는 TPE
[0] 2025-06-02 14:25 -
[시승기] '버텨줘서 고맙다 8기통' 메르세데스-AMG GT 55 4MATIC+
[0] 2025-06-02 14:25 -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GMR-001 하이퍼카' 르망 24시서 실전 경험
[0] 2025-06-02 14:2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BYD 車 브랜드 가치 포드 추월, 칸타 브랜드Z 탑10 진입...테슬라 1위
-
[시승기] 원형 OLED 탑재해 7년 만에 돌아온 ‘뉴 미니 컨트리맨’
-
테슬라 모델 Y, 도요타 코롤라 제치고 사상 첫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1위
-
[칼럼] 중국산 전기차 관세 폭탄 전쟁,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
중국 5월 신에너지차 판매 33.4% 증가
-
중국 샤오미EV, 누계 배송 2만대 돌파
-
중국 전기차를 배제하는 글로벌 관세 부과는 더욱 심해진다.
-
[영상] 테슬라의 두 얼굴: 혁신이끈 전기차, 그리고 일론머스크의 불안 요소
-
애스턴마틴 '발키리 AMR-LMH 하이퍼카' 2025년 르망24시ㆍFIA WEC 출전
-
'합리적 엔트리' 벤츠, C 200 아방가르드 · C 200 AMG 라인 출시
-
로터스 에메야, 10~80% 충전 단 14분...현존 전기차 가운데 최고속
-
'30만 원에 차박에 딱 맞네' 테슬라, 모델 Y 전용 에어 매트리스 공개
-
[영상] 7년 만의 변화, MINI 컨트리맨 시승기
-
[시승기] 완전변경 미니 JCW 컨트리맨 ALL4 '다 바꿔도 변함없는 하나'
-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국내 고객 인도 시작
-
[EV 트렌드] 북미 단종 결정 지프 '레니게이드' 2만 5000달러 순수전기차로 부활
-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시리즈, 3라운드 7월 인제 스피디움 개최
-
캐딜락, ‘리릭 쇼케이스 인 부산’ 진행
-
기아, 대학생 서포터즈 '기아 크리에이터' 7기 모집
-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시리즈 2024, 제2라운드 호주 벤드 모터스포츠 파크에서 성료
- [유머] 방어력 제로 고양이
- [유머] 미대 자퇴한 후배가 그린 박명수 초상화
- [유머] 사전투표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
- [유머] 남자들이 환장하는 식당
- [유머] 역주행 ㅂㅅ
- [유머] 외식 한 번 하자!
- [유머] 조선 인구 20%를 죽게 만들었던 공포의 역병
- [뉴스] 선거 져 '야당' 된 국힘 주진우... '민주당, 법사위원장 돌려달라' 부탁
- [뉴스] 미쓰에이 민 결혼식에 페이X지아 참석... '수지만 빠졌다'
- [뉴스] 이효리, 상업 복귀 5개월 만에 OO억 벌었다
- [뉴스] '재벌家 이혼' 후 생활고 호소했던 최정윤... 주방 본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 [뉴스] '암 투병' 진태현 만나 힐랭해준 최수종... 감동스러운 말 전했다
- [뉴스] '지역비하' 논란 유튜버, 사과했지만... 계정 상황, 충격적이다
- [뉴스] 김경수, 행안부 장관 거론되자... 안철수 '이게 진짜 대한민국이냐' 비난